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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복지재단]낯선이가 준 의문의 쪽지, 노숙자 삶을 바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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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가 준 의문의 쪽지, 노숙자 삶을 바꾸다 [따만사]
“한끼 식사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어”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오랜 노숙 생활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도근 씨(가명)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울역 인근 벤치에 앉아 통증과 시름하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 다가왔다.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손길에 고개를 들어보니 웬 낯선 남성이 접은 종이쪽지를 건넸다. 남성은 말없이 쪽지를 쥐여주고 사라졌다. 쪽지에는 연락처와 주소가 적혀있었다. 이튿날 새벽, 허기에 몸을 뒤척이던 도근 씨는 쪽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갔다. 서울역 12번 출구에서 약 200m 떨어진 그곳엔 ‘아침애(愛)만나’ 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이 있었다. 도근 씨는 이곳에서 쪽지에 적혀있던 연락처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아침애(愛)만나’ 무료급식소 간판.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 누구에게나 열린 문…“‘존엄한 한 끼’를 위해” ‘아침애(愛)만나’는 이랜드복지재단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문을 연 무료급식소다. 개소 이후 현재까지 누적 3만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급식소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대상이 누가됐든 제한 없이 ‘존엄한 한 끼’를 제공한다는 게 모토다. “왜 멀쩡해 보이는 사람한테 밥을 주냐는 말씀을 자주 들어요.
구재영 ‘아침애(愛)만나’ 무료급식소 시설장. /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10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하는 급식소 운영자는 구재영 시설장(62/목사)이다. 이 시설을 운영하기 전부터 점심 도시락 봉사를 해왔던 구 시설장은 “한 끼 식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아침식사가 간절하고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들을 봐왔기에, 귀중한 한끼를 제공하면 이들의 삶이 바뀔 것이란 확신이 있었어요.” ◆ 10년 노숙생활 종지부…집에 돌아갈 용기 도근 씨를 따뜻하게 맞이한 구 시설장은 식사를 대접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도근 씨는 오래전 사기를 당해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했다고 밝혔다. 직장을 잃고 빚만 떠안게 된 그는 출소 후 가족에게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거리를 떠돌기 시작했다. 노숙을 한 지 10년, 나날이 건강이 악화하던 도근 씨는 몸이 점점 더 나빠지기 전에 가족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절망이었다. 아내는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세상을 떠났고,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친척집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도근 씨는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오랜 노숙 생활로 망가져 버린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벌이’를 찾아 청량리와 고속버스터미널을 오가던 어느 날 낯선 사람의 쪽지를 받은 것이었다. 사연을 들은 구 시설장은 도근 씨가 회복할 때까지 지낼 수 있도록 무료 급식소 근처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줬다. 병원 치료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규칙적인 식사와 안정된 잠자리 덕분에 도근 씨는 조금씩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침애(愛)만나’ 무료급식소에서 새 삶을 찾은 도근 씨(가명)가 시설을 수리하고 있다./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기력이 돌아오자,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실력을 발휘해 무료 급식소에 보수가 필요한 곳을 찾아 고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출입하기 어려웠던 입구 문턱에 계단을 설치하고, 식자재를 보관할 선반을 설치했다. 벗겨진 페인트도 다시 칠하고 깨진 타일도 보수하는 등 급식소를 조금씩 가꾸어 나갔다. 도근 씨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재회할 힘을 키웠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웃으며 대해주시는 급식소 목사님과 봉사자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든든한 아침을 먹고 나면 하루를 살아갈 희망이 생겨요.” 도근 씨가 ‘아침애(愛)만나’ 무료급식소 일을 돕고 있다.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식탁에 음식 갖다줘 ‘존엄한 한끼’라는 취지를 높이기 위해 운영진은 이용자들이 줄 서서 기다리지 않도록 별도의 대기 공간을 마련했다. 손님들이 배식을 타는 방식이 아니다. 자리에 앉으면 봉사자들이 음식을 직접 가져다준다. 시설장과 봉사자들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했다.
“식사 후에도 자리에 앉아 봉사자들을 바라보거나, 한마디 말이라도 걸어주길 눈빛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그분들 가슴이 공허해서입니다.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끝내는 자신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구재영 시설장이 손님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운영진의 정성에 굳어있던 손님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는 그들도 먼저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구 목사는 이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그전에는 그게 당연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오늘은 뭐 안 줘?’가 일상이었다면, 이제는 우리의 말과 입술, 행동을 보고 계신다는 걸 느낍니다.” 구 시설장의 기상 시간은 새벽 3시다. 음식을 준비하고 나면 오전 7시. ‘아침애(愛) 만나’가 문을 여는 시간이다. 다른 무료급식소들이 주로 오전 11시부터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아침부터 음식을 제공한다. 서울역 주변 급식소 중 아침을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운영 초기 하루 150명이던 이용자는 점점 늘어 현재는 230명이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
‘아침애(愛)만나’ 무료급식소 전경. 이랜드 복지재단 제공
◆ 일반 식당인 줄 알고 찾아온 손님들 감동 구 시설장은 5개월간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소중한 인연을 여럿 만났다. 일반 식당인 줄 알고 들렀다가 정기 후원자가 된 손님도 있었다. 새벽 4시 인천 공항에서 일정을 마친 한 손님은 허기진 배를 달래려 이곳을 찾았다. 식당인 줄 알고 들어온 것이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다가 무료 급식소라는 설명에 깜짝 놀랐다. 감동한 손님은 지금까지 매달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여성은 매달 쌀 320kg씩을 기부한다. 급식소 이용자 전체가 16일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 여성은 늘 동네 어려운 분들을 위해 밥을 지어줬다고 한다. 밥 한 끼로 누군가의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이 같은 후원자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급식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구 목사는 강조했다. ◆ “이용객들 표정 시간 지날수록 변화” 이곳은 준비한 음식보다 많은 사람이 와도 운영시간이 지나도 손님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적정 인원보다 많은 양을 조리해야 하는데 주방이 협소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또 100%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하다 보니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은 난관들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던 건 봉사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 시설장은 “무료 급식소가 생기면 주변이 더러워지고 분위기가 흐려지고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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