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지점의 임대료를 내듯 기부합니다”...㈜로뎀스파워의 15년 나눔 철학
이랜드재단의 착한 기업 시리즈 – ㈜로뎀스파워 김기수 대표
▲㈜로뎀스파워 김기수 대표
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한 ㈜로뎀스파워의 사무실은 조용하다. 직원 대부분은 전국 각지의 유통 현장으로 흩어져 있고, 책상 앞에는 현장을 뒷받침하는 관리자 몇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기수 대표의 마음 속에는 15년 전 세운 또 하나의 공간이 실존한다. 매출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나눔을 위해 존재하는 ‘복지 지점’이다. 2011년 1월부터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이랜드재단과 소외된 이웃을 향한 ‘가상 지점의 임대료(기부금)’는 로뎀스파워가 존재해야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됐다.
“빚쟁이에 시달리던 끝에서 만난 빛, 나눔”
로뎀스파워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유통 매장의 필수 집기인 ‘매대’와 ‘행거’ 등을 임대하고 관리하는 기업이다. 현재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안정적인 기업이지만, 김기수 대표의 시작은 처절한 사투였다.
“2009년 회사를 인수했을 때, 뚜껑을 열어 보니 숨겨진 부채가 산더미 같았습니다. 새벽까지 지점을 돌며 욕을 먹고, 빚을 막기 위해 적금과 대출을 한계치까지 끌어 썼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만큼 절망적이었던 그때, 비로소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그제야 보였습니다.”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며 그는 ‘나만 잘 살면 된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깨달았다. 그는 유통 현장마다 지점에 임대료를 내듯, 자신만의 ‘복지 지점’을 설정하고 기부금을 사업의 고정 비용처럼 책정했다. 이랜드를 거래처로 대하며 지켜봐 온 이랜드재단의 헌신적인 활동을 믿었기에 기꺼이 손을 잡았다.
15년, 끊이지 않은 ‘희망의 끈’
로뎀스파워의 나눔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이랜드재단과 함께한 누적 기부금은 1억 4,800만 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생계비와 주거비, 치료비 등을 지원받아 일상을 되찾은 이들만 57가정이다. 15년이란 세월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통업계가 얼어붙으며 10년 넘게 번 수익을 3년 만에 모두 소진했을 때도 그는 기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후원을 끊으면 그곳과의 인연은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합니다. 다시 돌아가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규모를 조금 줄일지언정 ‘끈’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늘려서 마음 아픈 적은 없지만, 줄이는 건 항상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끈이라도 쥐고 있었기에 저희가 다시 일어설 희망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랜드재단이 ㈜로뎀스파워에 15주년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왼쪽부터 ㈜로뎀스파워 김기수 대표, 이랜드재단 정영일 대표
김 대표는 15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처음 받은 피드백’을 꼽는다. 연말에 이랜드재단이 전달한 손편지와 사진, 사례 기록은 로뎀스파워 내부의 문화까지 바꿨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오로지 재단을 믿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너무나 적절하게 잘 전달된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직원들과 모두 모여서 함께 그 자료를 보며 ‘우리가 어려워도 정말 잘하고 있었구나’라는 자부심을 공유했죠.”
어떤 직원은 기부 감사패 사진을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로 설정해둘 만큼, 나눔은 이제 ‘대표의 결심’을 넘어 ‘조직의 자부심’으로 전이됐다.
▲㈜로뎀스파워가 이랜드재단으로부터 받은 나눔 10주년 감사패와 15주년 감사패
미래 세대, 그들의 버팀목이 돼주는 어른
김 대표의 시선은 늘 ‘미래 세대’에 머물러 있다. 이랜드재단을 통한 사각지대 미래세대 지원뿐만 아니라 안산의 그룹홈 ‘상록수마을’,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한사람재단’, 서울역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 용산의 무료급식소 ‘하나님의집’ 등 15곳이 넘는 곳에 개인과 회사 차원의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청년들이 희망을 포기하는 것은 이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라는 전쟁터에 아무런 방패 없이 던져진 친구들이죠. 누구도 끌어줄 사람이 없는 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너희를 응원하는 어른이 여기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구체적이다. 언젠가 건물을 지어 자립준비청년들이 임대료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상업 공간과 주거 시설을 내어주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기업”
김 대표의 집에는 한 신부에게 선물 받은 ‘많이 가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소중히 간직되어 있다. 사별과 경영난 등 삶의 굴곡을 지나오며 그가 얻은 결론은 명확하다. 돈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며, 나눔이야말로 자신을 단련시키고 살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로뎀스파워(Rodem's Power)라는 이름처럼, 저희를 통해 고객과 이웃들이 쉼을 얻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지만, 동시에 그 이익을 바르게 써야 합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무언가를 만들어 놓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기업의 모습입니다.”
15년 동안 쌓인 숫자보다 더 분명한 것은 단 한 번도 놓지 않은 ‘태도’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오늘도 김기수 대표는 ‘마음속 복지 지점’의 문을 활짝 열며, 누군가의 내일을 붙잡는 방식으로 로뎀스파워의 진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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