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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복지재단]“쪽방주민·노숙인 고객께 ‘더 존엄한 한끼’를 대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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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주민·노숙인 고객께 ‘더 존엄한 한끼’를 대접하겠습니다”


[탐방]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


이랜드복지재단, 개소 2년 동안 36만여명에게 식사 대접
줄 서지 않는 급식소, 호칭은 ‘선생님’… 98%가 자원봉사
지난 16일 2주년 감사예배… “처음 마음 끝까지 붙들자”


“고해 같은 힘든 인생, 고난의 여정 가운데 자격도 없는 신기루 같은 인생길입니다. 아침애만나에서 주님의 사랑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지만 아침의 식사는 고맙지요.”

서울역을 마주하는 동자동 언덕에는 오래전부터 쪽방촌이 들어서 있다. 언덕 아래 큰 도로가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초대형 빌딩들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바로 뒤편에는 오래된 가옥과 쪽방들이 자리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여러 교회와 연합봉사단체들이 섬김 사역을 펼쳐온 곳이라 취재차 여러 차례 찾았던 동네다. 굽이굽이 골목을 따라 들어가 좁디좁은 쪽방에서 만난 주민들의 기구한 인생사를 듣고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스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언덕에 2년 전, 조금 다른 식당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아침애만나’. 가운데 ‘애’는 한자 사랑 애(愛)다. 앞의 두 문장은 식당 3층 벽 패널에 붙은 식당을 이용한 이들의 감사 메시지 가운데 일부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에 위치한 '아침애식당'은 2년 전 문을 연 이래 쪽방주민과 노숙인들에게 매일 아침 '존엄한 한끼'를 대접하며 정성을 다하고 있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에 위치한 '아침애만나'는 2년 전 문을 연 이래 쪽방주민과 노숙인들에게 매일 아침 '존엄한 한끼'를 대접하며 정성을 다하고 있다. 


전국의 무료급식소 탐방 후 

이랜드복지재단(대표이사:정영일)은 소외 이웃을 위한 사역을 준비하며 전국의 무료급식소를 탐방했다. 그러다 9년 전부터 이곳에서 쪽방 주민들에게 밥을 먹이고 씻기고 함께 예배드려온 하늘소망교회 구재영 목사를 만났다.

여기에 자원봉사로 섬기고 있던 마가의다락방 공동체 소속 교회들이 손을 잡았다. 마가의다락방교회와 필그림교회, 길튼교회, 인천방주교회, 일산방주교회, 그리고 오래 전부터 쪽방주민과 호흡해온 하늘소망교회다. 그렇게 2024년 7월 아침애만나가 문을 열었다.

사실 서울역 인근에 무료급식을 하는 곳은 꽤 여럿이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내놓는 곳은 없었다. 단 한 곳, 아침애만나뿐이다.

왜 아침밥이었을까. 처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던 구재영 목사의 설명은 단순하고도 분명했다.

“쪽방 주민들은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시작입니다. 아침을 꼭 먹어야만 새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어요. 늘 약을 달고 사는 주민들에게 아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국을 답사한 재단이 최우선에 둔 것은 ‘존엄한 한끼’였다. 단순히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를 먼저 물었다.

거동이 불편해 '아침애만나' 식당에 오지 못하는 쪽방주민들에게는 손수 만든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아침애만나' 식당에 오지 못하는 쪽방주민들에게는 손수 만든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줄이 없다. 매월 임대료를 내고 1~3층을 쓰고 있는 아침애만나는, 3층 카페에서 번호표를 뽑고 편안히 기다리면 1층과 2층 식당에 자리가 났을 때 ‘띵동’ 소리와 함께 번호를 불러준다. 길거리에서 남의 시선을 견디며 서 있을 필요가 없다. 재단은 이를 ‘식사 초대장 시스템’이라 부른다.

봉사자들의 원칙에는 이 식당이 이용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호칭은 ‘선생님’, 이용자는 ‘고객’이다. 자리에 앉으면 식판을 놓아주되 머리 위로 넘기지 않고 양해를 구한 뒤 옆으로 놓는다. 식사가 끝나도 곧장 치우지 않는다. “치워드려도 될까요?”를 먼저 묻는다. 밝은 미소로 응대하고, 옷차림은 간편하게. 식중독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음식 반출만은 정중히 사양한다.

몸이 불편해 식당까지 오지 못하는 쪽방 주민들에게는 도시락을 직접 포장해 배달한다. 새벽에 시작한 하루는 점심 즈음을 지나서야 마무리된다. 매주 화요일에는 아워홈과 이랜드이츠 소속 셰프들이 직접 찾아와 최고의 식사를 대접하는 ‘셰프데이’가 열린다.

개소 이후 2년간 이곳에서 식사한 인원은 누적 36만7,419명. 하루 평균 655명이 든든하게 식사를 마쳤다. 조리실을 제외한 자원봉사 비율은 98%, 누적 자원봉사자는 2만1,242명에 이른다. 후원단체 46개, 개인 후원자 167명, 식자재의 83%가 후원으로 채워졌다.

“일 년만 버티자 했는데, 2주년”
지난 16일 오전, 아침 배식이 끝난 아침애만나에서 개소 2주년 감사예배가 드려졌다. 외부 인사 초청은 없었다. 새벽 주방을 지켜온 봉사자들과 식사 고객, 재단 임직원만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필그림교회 김형석 목사는 “일 년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2주년까지 왔다. 우리가 처음 품었던 그 마음과 사랑으로 지금도 섬기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마음을 잃어버리면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아침애만나는 주님이 함께하시는 곳이고, 주님의 마음이 머무는 곳임을 기억하며 초심을 붙잡자”고 강조했다.

'아침애만나' 2주년 감사예배에서 인사말을 전한 정영일 대표이사가 향후 점심과 저녁까지 '더 존엄한 한끼'를 대접하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아침애만나' 2주년 감사예배에서 인사말을 전한 정영일 대표이사가 향후 점심과 저녁까지 '더 존엄한 한끼'를 대접하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감사 인사를 전한 정영일 대표이사 역시 감사와 초심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2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성령의 이끄심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닙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먼 거리에서 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해 오신 봉사자들을 하나님께서 아실 것입니다.”

정 대표이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했다. 오후 4시에도 문을 두드리며 물을 구하는 노숙인을 보면서 품게 된 생각이라고 했다.

“이제는 ‘더 존엄한 한끼’를 선사해야 합니다. 영혼과 육체가 함께 건강하게 회복되도록 돕는 아침애만나가 돼야지요. 점심과 저녁까지 존엄한 한끼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제든 문이 열려 있어서 필요한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자판기 같은 곳이 됐으면 합니다.”

봉사자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필그림교회 김희선 성도는 섬김의 감격과 은혜를 나눴다.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서울역으로 달려와 배식이 시작되는 아침 7시까지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고단하지만, 식판을 깨끗이 비우고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고 했다.

“오늘 아침 국 한 그릇에 담아낸 것이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부족한 손길로 주님이 일하고 계시고, 언젠가 이분들의 영혼까지 살리실 것이라 믿고 이 자리를 지킵니다.”

감사예배를 함께 드린 쪽방주민 박이삭 씨(가명)는 “여러 해 노숙하며 무료급식이라는 무료급식은 웬만큼 다 다녀봤다”고 했다. 그가 꺼낸 말은 음식 이야기가 아니었다.

“음식보다 감사한 것은, 봉사하시는 분들이 차별화돼 있다는 겁니다. 진정한 봉사는 별 볼 일 없는 자라 할지라도 무시하지 않는 것이지요. 많은 무시를 당해봤는데, 여기는 진짜 사람을 존중할 줄 압니다.”

1년 전부터 '아침애만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민은 존중해주는 봉사자들의 마음과 태도에 큰 감동을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빵과 복음을 함께 전하고파
아침애만나에는 개소 첫날부터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새벽 주방과 배식 현장을 지켜온 교회 봉사자들이 있었다.

오랜 기간 쪽방촌 이웃들의 자립을 돕고 상담을 연계해온 하늘소망교회 구재영 목사와 성도들이 있다. 정기적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마가의다락방 공동체 교회들 외에도 할렐루야교회, 서현교회, 성도교회 성도들이 함께했다.

광염교회와 수원성교회, 만리현교회, 경기중앙교회 등은 물품과 재정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2년간 모인 후원금과 물품은 누적 11억3,163만 원 상당으로, 재단은 그 내역을 매월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

정영일 대표이사는 “아침애만나가 지난 2년간 수많은 이웃들에게 든든한 아침을 열어줄 수 있었던 것은 새벽 추위와 더위를 마다하지 않고 기도와 땀방울로 함께해 주신 한국교회 성도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을 잡아주신 후원자들 덕분”이라며 “여러 교회가 하나 되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협력의 장이 되고 있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는 절실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은 만큼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한 정 대표이사는 “재단 역시 가장 필요한 시간에 식사를 전하며 빵과 복음을 함께 나누는 사명을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